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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제작 일기

[DMZ 다큐멘터리 제작중] #11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올까?

by 정어리란다 2018. 11. 16.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봤다. 분단, 통일, DMZ, 아이들, 도보여행 이라는 키워드들을 놓고 생각나는 대로 쭉쭉 썼다.

원래 첫 번째로 딱 떠오르는 생각은 무조건 버려야한다고 하던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들은 대부분 1차원적인 것 같다. 누구나 생각 해낼 수 있을 법한 그런 거. 뭔가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뭐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나온다.

내가 다닌 학교 특성상 프로젝트를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계획서나 제안서를 내야했다. 처음엔 뭘 써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고 더군다나 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몰랐을 때니까, 그냥 다들 하니까, 해야 하니까 어영부영 써서 낸 적이 많았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니 그게 뭐 그렇게 고민 할 일인지. 계획하는 과정 중에 의논하고 수정하고 하는 게 너무 재밌고 그땐 왜 그렇게 어려워했을까- 생각 했는데 그냥 처음 해보고 안 해본 거여서. 라는 것과 그때는 지금보다 자유롭지 못해서. (그 자유로움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시간? 뭔갈 더 아는 거?) 라는 나름의 결론이 나왔다. 지금 이 다큐를 기획하는 과정도, 만들어가는 과정도 하다보면, 그리고 살다보면 노하우라는 게 생기고,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파로호 안보 전시관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던 냥이.

마을 주민분들께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 튼실하고 푹신한 몸을 가졌다.)


이때동안 영상 작업을 몇 번 해보면서 가끔씩 미친 듯이 구현해내고 싶은 장면들이 떠오르는 때가 있는데, 대부분 작업하다가 물마시거나 잠깐 화장실 갈 때 많이 그렇다.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는 아닐 수 있는데, 해놓고 그냥 내가 좋아한다. 마치 그 한 부분을 위해 영상을 만드는 것처럼.

, 시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컷부터 해볼까? 그게 오프닝에 들어갈지 엔딩에 들어갈지 둘 다 아닌 중간에 잠깐 들어가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마음 끌리는 컷부터 끌고 와서 해볼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쓰면서 대강 흐름은 정해졌지만.

(터널 안에서 촬영한 영상들은 찍을 땐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장면들 중 하나 ↑)


생각해보니 꼭 한국전쟁이나 통일, 남북 관계 또 다른 비슷한 어떤 것들만 본다고 떠오르기 보다는 일상에서 얘기하고, 듣고, 본 것들 안에서도 충분히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도 그 속에서 발견한 것들을 쓰고. 물론 조회 수는 좀 안 나올 것 같긴 하다. 하하.

음악도 정말 중요한데... 음악은 진짜 더 안 떠오른다. 거기다가 원하는 노래를 다 쓸 순 없으니 노래 찾는 게 제일 힘들 거다. 나는 여태 음악에 의지를 많이 해서 영상을 만들어 왔다. 영상에 어울리는 노래를 입히기 보다는 노래에 영상을 입히는 것에 가깝다. 음악을 듣다보면 이미지로 어떤 장면들이 막 떠오르는데, 거기서 얻는 것이 많다. 그래서 내가 뮤직 비디오 만드는 걸 좋아한다. 내가 17살 때 나름 처음으로 연출과 촬영을 했던 게 뮤직 비디오였다. 그 파일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내용은 뻔해도 촬영 구도는 어디서 본 거 참 잘 따라 해서 처음 하는 것 치곤 꽤 그럴 듯하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크크. 그때만 해도 내가 지금 영화 만든다고 이러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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