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다큐 제작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다.
11월 한 달 동안은 주말에도 계속 쉬질 못했는데 비로소 12월이 되어서야 방에만 눌어붙어 쉴 수 있게 되었다. 참 오랜만이다. 밤늦게 영화 보고, 미드 보고 잠들었다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또 미드보고, 유튜브 보다가 한 4시쯤 되면 슬며시 고개를 드는 죄책감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쓴다. 어제의 상황을 보고 해 보자면, 1시쯤 편집을 시작해서 3시쯤에 선잠을 잤다. 사실상 진전이 된 게 아무 것도 없었는데, 영상에 삽입한 음악이 극적으로 바뀌는 부분에서 내가 음악에 맞춰 편집을 해야 할지, 아니면 상관없이 해도 될지 고민이 된다.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아, 음악을 잘못 골랐나? 처음부터 아 이 음악이 딱 이다. 하는 건 아니었다.
이러다 결국 집이는 영상 아무거나 넣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참, 늘 주저대고 망설인다. 머릿속에 유리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무언의 형상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은 참 많은 능력과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짧고 굵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적어도 시작을 힘겨워 하는 나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편집은 시작의 연속인 것 같기도 하다. 하나의 시작점이 뭉텅이로 끊어지면 그 안에서 세세하고 수많은 시작점들이 또 끊어지고, 끊어진다. 영상 편집의 어려움을 140 글자로 표현 해 보았다. 하여튼 앞서 편집한 것들 디테일만 계속 수정하고 하다가 잠이 급 몰려와서 잤다. 한 게 없다는 말을 389자 정도로 쓰면 이렇다. 내일은 조금 더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디어를 짜 내야 한다.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아무거나 넣다가 괜찮은 거 있으면 해보는 거지...
얼른 글을 마무리하고 이른 저녁을 만들어 먹으면서 미드를 보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가 내년에 내한 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 돈을 열심히 모아야겠다. 오늘 일기를 써야겠다. 기분 안 좋을 때 쓰는 것 보다 기분 좋을 때 쓴 일기들이 미래의 나에게 꽤나 도움이 된다. 원동력이 된다고나 할까. 내 열일곱 살 때의 일기에는 95%가 안 좋은 얘기뿐이었는데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하여간 내일을 위해서 나는 좀 더 쉬어줘야겠다. 이래놓고 내일도 피곤하면 1. 정신이 글러먹었다. 2. 체력이 저질이다 3. 월요일이라 그렇다. 셋 중 하나거나 둘이거나 셋 다 이거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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