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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제작 일기

[DMZ 다큐멘터리 제작] #1 다큐 만들건데 뭐부터 해야돼?

by 정어리란다 2018. 10. 31.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뭘 제작한다기엔 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 영상편집도 올해 처음 독학으로 시작했다.

그러니 다큐 제작하는 PD, 감독도 아니다. 영화전공 대학생도 아닐거고, 입시 준비생은 더더욱 아닐거고...

뭣도 모르는, 완전 초짜배기인 내가 다큐를 만든다. 그리고 이 블로그엔 그에 대한 기록들이 쓰여질 것이다.

 

어디서 주워 듣길, 기획은 정말 중요하다.

무엇을, 왜 찍을 것인가 그리고 머리에 그려질 구성 등제작하기 전 없어서는 안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나는 기획하는 과정이 싫었다무엇을 찍을지 콘티가 짜여진 극영화에 비해 다큐는 너무 유동적이다.

그니까, 찍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주제가 바뀔 수도, 아니면 통째로 갈아엎어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걸 미리 생각하고 머리에 그려보려니까 직접 부딪혀봐야 아는,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맛을 봐야 납득을 하는 내 성질머리로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어렵기만하다. 경험이 없어 그러는지, 그냥 머리가 안 좋은건지, 아님 둘 다인지... 음, 그냥 모르는 상태로 두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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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의 DMZ 동부 지역을 걷는 도보 여행에 따라가서 휴전 협정 전까지 치열하게 이루어졌던 전투들, 한국 전쟁이 남겼던 흔적들을 따라가며 지금 세대가, 내가 보는 지금의 한반도를 찍어내려 했다.

어찌저찌 기획은 해 갔는데, 도보 여행이다 보니 정말 고된 일이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여러 구도를 잡아보려 걸어가는 아이들 앞, 뒤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언제든지 찍을 준비를 해놓고 달려든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현타가 온다는 것이다. 내가 이걸 왜 찍고 있지? 뭘 찍지? 어떻게 찍지?

이렇게 해서 되나? 안 되나? , 이래서 다큐 만들겠나 싶은. 기획이 부실하고, 무엇보다 내가 확신이 없으니 그렇다.


돌아와서 크게 느낀 점은, 나는 한국 전쟁이고, 통일이고 나발이고 X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행에 가기 전, 한국전쟁에 대해 책 한 줄이라도 읽고 갔어야 했다. 내가 아는 한국 전쟁이 다 인줄 알았다.

1950625일에 일어났고, 1953년에 휴전을 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온. 기껏해야 [태극기 휘날리며][고지전], [포화속으로] 영화를 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게 전부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 다큐를 계속 만들어도 되는 걸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계속 든다.


나는 역사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동안은 한국 전쟁 관련한 영상물들과 책들을 찾아 볼 생각이다.

, 이렇게 노답인 내가 다큐를 만들 수 있을까? 끝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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