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뭘 하긴 했고, 또 하고 있긴 한 것 같은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고 무엇을 하려는지도 모르겠는 반복의 연속이다.
모든걸 다 해내고 싶은데 역량 부족인 건 잘 안다. 근데 몸도, 시간도 안 따라주는 것 같으니 성질이 난다. 속상하고 심술이 난다. 확 삐뚤어지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글을 쓰려고 앉으면 화부터 난다. 한 게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한게 없긴 하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온다. 이젠 순수한 호기심, 궁금함이 아니라 뭐라도 뽑아내야 되는데-로 이어져서 더 피곤하다. 그래, 징징 거리는 건 여기까지 하자.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도 좀 읽다가 포기한 책이 몇 권 있다. 너무 깊고 세심하게 다루니까 한국사 쪼렙은 혼란스럽다.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 이다. 미시사, 라고 하면 되려나. 내가 여태 봐왔던 것들은 거시적인 부분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전쟁 당시 서울과 여러 지역에서의 전쟁 경험과, 전쟁으로 새롭게 형성된 집단 (빨치산, 의용군, 전쟁미망인, 빨갱이로 낙인찍힌 이들 등)의 전쟁 경험과 기억에 초점을 둔 책이다. 다 읽진 못했지만, 다양한 시점에서의 역사를 보는 것은 아니, 꼭 역사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것이라는 걸 점차 느껴가고 있기에 이 책을 읽는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어제 설민석 강사의 통일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어차피 이산가족 상봉 하는 장면을 보며 같이 가슴 아파하고 해도, 돌아서면 잊는다고 얘기하는 부분이었다. (이게 나쁘다는 뉘앙스의 말은 아니었다.) 그래, 맞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그때는 눈물도 흘리고, 통일이 돼야지. 하면서도 다시 돌아서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자기 할 일하느라 바빠서 잊어버리게 된다. 피로에 쩔거나 일상에 파묻히게 되면 “통일이고 나발이고 내가 지금 죽겠는데 뭘 더 어떡하라고” 할 수도 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통일이고 나발이고 좀 자고 싶다. 늦잠 자고 싶다. 진심은 아니다. 자고 일어나서 내가 무슨 소릴 지껄인건가 싶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시각을 키우는 것인 것 같다. 지금 현재에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일단 그러려면 많이 알아야 된다. 진리다. 열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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