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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제작 일기

[DMZ 다큐멘터리 제작] #3 평화는 아직이야

by 정어리란다 2018. 11. 3.


오늘은 책 한 줄을 못 읽었다. 아니... 안 읽은 것에 가깝다. 요즘 따라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다. 12시 이후로 힘이 쫙쫙 빠져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뭔갈 해야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한데, 몸이 그렇질 못하다.

운동 부족인건지, 단순 환절기 때문에 그런건지... 그래서 오늘 저녁에 요가를 했는데 운동 부족인 것 같진 않다. 잘 먹고, 잘 쉬어야 되는데 어느 쪽도 잘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 무언갈 하나라도 잘한다는 건 살면서 한 순간도 가져보지 못한 것 같은데도 자꾸만 잘하기를 바라게 된다. , 가져보지 못한 것이라 그런가?

이런 저런 잡념과 피로 속에서 한 가지 피어오른 질문 하나가 있다. “평화가 오긴 하는 걸까?”

글쎄, 언제 한번이라도 이 지구가 평화로웠던 적이 있었을까? 어떤 형태로든 갈등하고, 부딪히고, 터뜨렸을 것으로 상상된다. 평화로운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 목적이기 보다는 평화에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이 중요한 것인가?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말도 있으니... 나도 내가 지금 뭔 말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 참 평화롭기 어렵네.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평화 회담 뉴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설레고 들뜨기도, 벅차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특히 나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던 이산가족 상봉 장면들도 막상 보니 눈물이 났다. 가족을 사정으로 인해 만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얘기도 너무 마음이 아파왔다.

여태 남북에 대한 뉴스는 무시무시한 것들로만 봐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미소를 지으며 뉴스를 보게 되는 날이 오는구나. 신기하다.

하지만 판이 확 뒤집힐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이래 저래 말 얹고 끼어드는 꼴도 보이니 말이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세대인 나도 그런 마음이 드는데, 직접 겪으셨던 분들, 또는 그 이후에도 계속 그런 불안감을 가까이서 경험하셨던 분들은 어떠실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DMZ 동부 지역 도보 여행을 따라가 다큐를 찍으면서, 고성 어느 마을 복지회관 옆 공터에서 점심을 취사로 먹었었는데 그때 감사하게도 복지 회관에 계시던 할머님 한 분께서 고구마를 삶아 주셨다. 그때 옆에서 거들어 드리고, 얘기도 듣다가 인터뷰 요청을 했었는데 마침 할아버님께서 한국 전쟁 당시 10살이셨다고 하셔서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 하신 말씀 중, “지금 남북한 금방이라도 통일할 것처럼 하는데 나는 그거 안 믿어. 하도 일들이 많았고, 언제 변할지 모르니까.” 라고 하시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전쟁을 겪었던 세대인 분들이 지금 이 시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안보 불감증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겠다.)



평화가 이미 우리에게로 왔다면, 이런 두려움이나 불안감도 없을 것이다. 어찌됐건 우리 모두 평화로 가는 길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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