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편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월 안에 1차 편집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아니, 해야 된다.
이 영상을 편집하면서 재밌었던 적은 딱 두 번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처음부터 싹 다 갈아엎고 다시 인트로 만들었을 때,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삘 한번 받았을 때.
으아아악!!
사실 진도가 빨리 안 나가는 것은 조금만 힘들라치면 ‘내일 하자’ 며 미루는 습관에 있다.
어떤 소스를 집어넣지? 뭘 빼지? 좀 구린가? 생각이 많아지려는 순간,
그리고 딱히 답도 안 나올 때 ‘에라이 내일은 괜찮겠지.’ 하며 그만둬버린다.
물론 정신건강에는 좋다. 헌데 미뤄지다 보면 죄책감이 생기기에 그거나, 그거나 도긴개긴인가-
힘든 순간에 그만두는 것도 있지만, 잘 되려고 할 때 그만두기도 한다.
‘됐어, 오늘 몫을 다 했어!’ 자만하며 미루는 것이다. 그 뒤에 뭘 더 해야 될지 몰라서도 있고!
그거나, 그거나. 비슷한 사정이다.
문제는 이게 아니다.
지난주에 서울에 놀러 갔다. 모처럼 마음 놓고 놀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곳에서 본 것들은 나를 조금 심란하게 했다.
높은 빌딩들, 북적대는 길거리, 쇼핑 스트리트. 돈 냄새 나는 곳들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 곳만의 특색을 살려 화제가 되고, 사람들도 많이 몰렸던 어느 동네는
3년 새 [임 대] 라는 종이가 붙은 텅 빈 가게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 활기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소위 ‘핫 플레이스’ 라고 불리던 동네에 임대료를 몇 배를 올려서 많이 문을 닫았다던 기사가 떠올랐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그냥 ‘그런 느낌’ 으로만 느껴온 것들이 서울에서는 극명하게 보인다.
그 극명함이 내겐 우울로 다가온다.
이미 생활 재난으로 가까이 온 미세먼지, 계속 악화되기만 하는 환경 문제들,
그리고 속도 모르고 경기는 안 좋아지기만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속에서 서울은 내겐 복잡하고, 회색 빛의, 마치 최후를 기다리고 있는 도시의 최전선에 서 있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싶은 생각이 잠깐 스쳐갔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분리할 줄 알아야하는데 사실 그게 잘 안 된다.
에휴, 잘 돼서 얼른 탈조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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